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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2》를 읽고

by dreamgirl 2024.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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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2》를 읽고

말 많은 홍금보의 불편한 편의점 적응기
여전히 그곳의 편의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거쳐간다. 1편에서 연극 극본을 준비하던 인경의 지인이 황근배라니. 그리고 그가 그 연극의 주연 배우이고 이곳을 염탐하며 연기 리소스를 얻어 가고 있었다.
여름을 편의점 에어컨 바람으로 나기 위해 자주 찾는 밍기뉴, 민규. 홍금보 아저씨 말 따라 어쩌다 보니 책을 읽다 남은 여름 방학을 도서관에서 다니게 된다. 폐기된 돈가스 샐러드를 가끔 주며 친해진 사이
그리고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자신만의 동굴로 삼으며 장사가 끝난 후 집으로 가기 전 소맥을 마시던 최사장. 나중에는 아들과 소확행이라는 <소고기가 확실한 행복> 가게를 준비한다.
취업 준비생 참치 아가씨 소진은 종종 편의점을 찾으며 참이슬에 자갈치를 먹는다. 매번 취업은 잘 되지 않고 알바를 편의점에서 하게 된다. 이상한 오지랖을 가진 홍금보와 함께 일하다 자갈치가 아닌, 가물치로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간다.
다시 편의점을 찾은 시현과 알바 중인 준성이를 만나는 인연. 둘의 에피소드에서 연극은 준비한 대로 극으로 올렸고 그 자리에서 염사장과 다시 만난 독고씨가 나온다. 서로의 자리에서 그들이 다 잘 지내고 있을까? 나 역시도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함께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하듯 지루한 시간들을 버티며 때로는 현재를 이겨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자취하며 자주 찾은 집 근처 편의점들이 생각난다. 내가 무심히 편의만 찾아 허기를 달랬다면, 그곳에서는 따뜻이 정감을 찾은 이들이 또 얼마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도 청파동의 always편의점에 가게 된다면 무엇보다 산해진미 도시락을 사 먹고 싶은 마음이다.

좋았던 문장

  • 걱정 말아요. 내가 있고 자식들이 있잖아. 우린 늘 당신 편이었어. 당신이 혼자 앞서갔고, 우린 쫓아가느라 지쳤을 뿐이야. 이제 당신 지쳤으니 바통을 좀 넘겨. 고집 좀 그만 부리고
  • 나이가 들수록 자기에게 있는 세 가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더라. 먼저 내가 잘하는 일을 알아야 하고, 그다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알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알아야 한다더라고.
  • 그렇지! 남에게 중요한 게 나한테는 안 중요할 수 있잖아. 말하자면 가치가 다른 거지. 아저씨는 최저시급을 받으며 편의점 알바를 하지만 괜찮아. 돈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거든.
  • 그는 내게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해했지만 나 역시 그를 통해 정체된 삶에서 벗어날 기운을 얻었다. 어쨌거나 삶은 계속되고 있었고, 살아야 한다면 진짜 삶을 살아야 했다. 무의식적으로 내쉬는 호흡이 아니라 힘 있게 내뿜는 숨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었다.
  • 이곳에서 나는 숨이 좀 트였고, 지친 마음을 돌아볼 수 있었고, 묵은 생각을 꺼내 햇살에 말릴 수 있었다. 스스로를 옥죄는 문제들을 외면하기보다 공존하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전원주택에 끊이지 않는 벌레들을 모조리 살충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으로서 살며 얻어가는 불편하고 곤란한 일들을 받아 안고 싸는 법을 체득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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