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
12.04
가족과 부산에 다녀온 것이 꿈만 같다. 엄마와 매트리스에 꼭 붙어 자면서 내 핸드폰 바탕 사진을 보여줬다. 요트에서 다른 이가 찍어 준 사진. 넘 낭만적이야. 감사해.
12.05
아빠의 꿈이었던 하우스 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35년 만에 1억 6천만 원을 들이는 시설이라 우리 가족에게도 애정이 생기는지 자주 밭에 가서 구경한다. 사람들이 뚝딱뚝딱 공사하며 만들어지는 게 신기하고 돈이 좋긴 하다. 우리 부모님과 오빠의 꿈을 잘 부탁해!
12.06
지 지난주까지는 분명 가을이었는데 12월이 되자마자 겨울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첫눈이 왔다. 동영상을 찍어 보내달라는 그에게 보냈다. 그는 선산에서 일을 한다는데 얼마나 멋지게 정돈해놓을까 궁금하다.
가족들과 한 달의 생활을 밀착으로 함께하며 느끼는 것
아빠는 섬세하고 꼼꼼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 내가 고향집에 머무르는 동안 나와 꼭 같이 자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동안 집을 나가서 잘 먹지 못했을 거라며 맛있는 음식을 더 먹으라고 내어주는 부모니의 마음을 따라갈 수가 없을 것 같다. 오빠는 나로 인해 터치받고 불편한 것도 많은 것 같은데 즐거운 것도 있지 않겠어?
12.07
일산 병원에 가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다.
아직은 서울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이곳이 더 익숙하다.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는 도시의 모습들
사진을 담고 숙소로 가서 닭 칼국수를 먹었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드라마를 보다 잤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3시간 30분을 건너온 도시
너무 멀다는 거리인 것을 체감했다.
12.08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오른쪽 가슴이 자주 결린다.
피곤할수록 불편한 부위가 어디인지 찾게 될 만큼 한 달 동안 통증이 지속된다. 오른쪽으로 기지개를 켜려고 움직일 때 혹은 깊은숨을 쉴 때도 통증이 아픈 것 같았다. 병원을 가기로 했다.
ㅡ
12.09
시내에 있는 서울연합내과에 들렀다. 선생님 말로는 그동안 자주 쓰던 근육이 풀어지면서 근육통이 생긴 것 같다고 하셨다.
푹 쉬어야지. 그럼 나아질 거야.
쉬면서도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다. 면허부터 따야지. 고향 근처로 내려온 만큼 친구들도 보고 만나고 해야지. 이직 준비 마음도 먹어야 한다.
12.10
오랜만에 서리가 내린 고향집을 보다. 학교 다닐 때 자전거를 타고 가면 앞머리에도 서리가 내렸다. 그런 공기 방울들은 붉은 태양 앞에서 모두 사라진다. 밭정리와 쓰레기를 정리했다.
그는 이번 주말에 김장을 하러 갔다. 맛있는 김장 김치를 가져오기를. 서로의 집에서 담근 김치가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가 된다.
12.12
오늘은 샤인머스켓 포도를 작업했다. 전반적으로 시세가 많이 낮아져서 부모님이 걱정한다. 좋은 시절아 다시 돌아와요. 부디!
오빠와 수학 책 한 권을 끝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한 밤. 엄마에게 오후시간에 반찬 3가지를 배우다. 신부수업이네!
요즘 이른 아침이면 떠오르는 태양이 붉고, 노을 지는 저녁도 아주 멋지다. 잊지 않기 위해서 동영상을 만들어볼까 봐.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많다.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 이렇게 좋다.
12.13
오늘은 날이 추워서 눈과 비가 오고 저녁은 외풍도 세다.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누우는데 새벽 1시라니!
국사 공부 틈틈이 해야지. 과거를 통해 미래를 현명하게 보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자. 굿 나이트
12.15
오늘은 운전 연수 가는 날. 걱정이 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조심조심 운전을 잘 배워 보자!
ㅡ
12.19
월요일에 약속을 만들어놓으니 다시 출근하는 기분이 났다.
특히 어제 주말이 끝났다는 기분. 주말에 쉬면서 그에게 요리를 해주다. 맛있다며 요리 잘한다는 그의 칭찬을 받았다.
나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혼자 산책을 다녀왔다.
같이 월드컵 결승전을 보면서 그에게 심술을 부렸다. 운동하지 않는 모습에 게으르다고, 그는 피로감이 몰려 힘든 거였는데 이해심이 넓지 않은 내 모습에 상처받았을 그. 미안해요.
같이 산다고 해도 서로의 영역과 쉬는 방식을 강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12.20
시내 주행 한다고 긴장해서인지 집 밥을 해 먹고 국사를 공부하다
몸이 으슬으슬 됐다. 감기 걸리는 건 아닌지 캐나다 체크인을 보다 쉬면서 간단히 저녁을 먹다. 저녁에는 산책도 45분 했다.
잘 쉬는 게 중요하다.
그가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걸 알고 후다닥 문을 열고 주차장으로 갔다. 그가 내가 내려오는 걸 봤다고 하니 웃기기도 하고 주차하는 법을 보고 싶었다. 배운 것을 연상법으로 상기하게 된다.
12.21
어제 준비해 둔 된장찌개와 검은 콩밥을 든든히 먹고 운전면허 학원에 가려고 나왔다. 실수를 굉장히 많이 해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천천히 운전하자. 그리고 좌우, 신호 잘 보기. 내년의 목표는 운전을 잘하는 것이 내 삶의 목표 중 하나로 세워야지. 그 정도로도 수고했어
12.22
눈이 쌓이도록 많이 내려서 아침부터 오빠와 눈을 치우다.
친구들도 하나씩 퇴사를 앞두고 있다. 지치는 마음을 쌓인 눈이 녹듯 잘 쉬며 정리하길 바란다. 나도 이제 다이어트하면서 공부도 부지런히 하고 다음 달에는 이직해야지.
ㅡ
12.26
크리스마스 날부터 샤인머스켓 포도 작업을 도우다.
오후에는 엄마와 함께 한 시간 산책을 다녀오고 오빠와 3시간을 공부하면 끝이 난다. 저녁이 유일한 내 시간. 차를 한잔을 마시거나 독서 30분을 하면 행복한 하루가 지나간다.
어제는 콩이의 잠꼬대를 듣다. 강아지 녀석도 꿈을 꾸는구나.
무슨 꿈을 꿀까. 너의 세계는 어떨까 아주 잠깐 생각했어.
12.27
나는 초심을 잊은 걸까. 아니면 20대의 목표를 포기한 걸까.
고향 집에서 쉬다 보니 좋은 기억도, 상처받았던 기억도 살아난다. 뒤끝작렬. 알쓸인잡을 보며 자신의 모든 자아를 통합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나를 잘 받아들이며 살아가야지.
아버지의 말처럼 어쨌든 간에 80을 위해 살 수 있을까?
집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30대의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야지.
12.28
6일 꾸준히 운동하고 저녁은 소식한 이후로 살이 천천히 빠지고 있다. 겨울에 더 힘내야 해.
오늘은 엄마와 마지막 병원 검진. 추운 데 갔다 오려 하니 출발도 전에 걱정. 그래도 움직여서 나오니 또 갈만하기도 하고
뭐든 관성의 법칙이다. 집에 있을 강아지들이 보고 싶네.
오전에 아빠가 쉬고 있는 딸이 직장을 구하지 못할까 봐 걱정을 하셨다. 그리 오래 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난 일복이 많아서 걱정 말라고 말했다. 1월이 되면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겠다.
퇴사를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게 처음
근데 아직 시간이 내게 무한히 많은 것만 같다.
12.30
시댁에 가서 어머니 환갑 겸 저녁 식사 시간을 가지다.
그의 첫 조카가 하는 행동이 얼마나 귀여운 지. 아기들은 예쁘구나.
12.31
그의 친가족들과 점심 식사 시간을 가지다. 점심을 먹고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잠시 동안 추위에 견디고 함께 모인 가족들과의 사진을 다시 보니 그 곁에 온 것이 가장 큰 선물이지 않을까 싶다. 연말의 끝을 그와 같이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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