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이 기억하는
나의 반려 식물과 함께한 순간들
새 잎이 나올 기대를 하지 않은 적이 있다.
호야를 키우게 된 지 어느 덧 3년이 되었다. 지난 사진첩을 보다가 처음에 데려왔던 사진을 보고나서야 이리 오랜 시간이 지난 줄 알았다. 다른 식물들은 다 사라졌는데도 호야가 남았다고 생각하니, 이 녀석도 꽤 질긴 친구이다. 두 번의 겨울을 버틴 것.
햇빛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방 한칸의 집에서 올 해가 되어서야 새 잎이 났다. 너도 나도, 이제 마음을 터놓고 적응이 된 것일까? 굳굳히 홀로 버텨 주는 마음에 든든한 호야.
초보 집사들에게 1순위로 많이 추천되는 몬스테라.
정말 키우는 즐거움이 있었다. 물 조절만 잘하면 한 달에 새 잎이 하나씩 났다. 두 달이 지나고 장마가 오면서 과습을 맞고 일부 뿌리가 죽었다.
중간에 너무 잘 크는 것 같아 좀 더 큰 화분에 분갈이를 해주었다. 욕심이 지나쳤다. 새로 난 잎이 첫 잎보다 뒤늦게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결단을 내려야했다. 죽은 뿌리를 자르고 수경으로 바꿨다. 신기하게도 새 잎이 다시 펼쳐지기 시작했다. 물이 공급되기 시작했다는 듯이, 열흘이 지나서는 새로 뿌리가 나기 시작했다.
식물을 키우며 바라보는 마음이 이런데, 사람은 어찌 다르겠나. 때로는 욕심도 제 그릇에 맞게. 성장에 맞는 시기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 차장님 한 분이 스킨답서스 세 뿌리를 나눠주셨다. 집으로 가져와서 수경으로 키웠는데 쉽지 않았다. 몬스테라 분갈이 해주면서 스킨답서스도 같이 흙에 키워봤다. 흙에 심으면 물보다 더 빨리 자라는 줄 알았다. 비료와 영양제 공급도 드문 드문 해주었지만 어려웠다.
때로는 잎이 노랗게 띄며 마르기도 했고 새 잎이 다시 나기를 반복했다. 인내심을 가지게 한다.
예쁘게 보아야 예쁜 줄 안다.
그리고 그렇게 보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제대로 본다면 충분히 예쁘다.
내 작은 식물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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