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새해의 시작
1.1
새해가 되던 날 그와 떡국을 끓여먹다.
그가 텔레비전으로 강릉이었던가 해 뜨는 걸 감상하라며 잠깐 틀어줬다. 나는 그냥 자겠다며 잔 뒤 10시가 되어 배가 고파 일어났다. 사골국물 들어간 떡국을 끓여서 먼저 먹구 그를 기다리다.
그가 늦은 점심을 먹고 같이 지례가서 양념불고기를 사서 고향집으로 돌아 오다.
1.2
엄마와 산책 40분 그리고 샤인머스켓 포도 작업.
오빠가 없으니 오빠의 몫이 느껴져서 그런지 고단한 몇 일을 보내다. 이모가 이사를 앞두고 필요한 블라인드며 커튼을 같이 고르다. 새 곳으로 이사가는 마음은 항상 설레이지!
1.4
엄마와의 산책 40분
그리고 그의 집에서 가져온 책 《어제 보다는 재밌게》를 다 읽었다. 밀리의 서재로 《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를 읽기 시작하다.
1.5
강진 선산에 일하러 간 오라버니가 집으로 돌아오다. 오빠가 없는 우리집은 평화롭고 조용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오빠가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다. 오후에 호두과자를 사 온 오빠와 큰 아빠.
간만에 호두과자를 먹으니 맛있네! 소나무와 참나무 100그루쯤 벌목을 하고 왔다니 대단하다. 멋지다. 선산에서 바라보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엄청 대견스러워하셨겠지?
1.6
부모님 포도밭에 가서 비료를 뿌리다. 오랜만의 육체 노동
넘 힘들었다. 그리고 나서 오후내내 침대에서 뻗어자다.
그사이 가족들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 저녁에는 설거지라도 도왔다.
시엄니가 보내주신 장어를 엄마는 첫 장어구이로 선보였다.
재료만 있어도 뚝딱 맛있는 요리를 해내는 엄마는 요술사다. 엄마는 잘한다고 칭찬하기 바쁠 정도로 요리 공부에 열심이다.
1.7
하루 종일 기분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그날로 몸이 괜찮아진다고 생각했는데 기분이 좋지 않아
가만히 쉬었는데도 가족들에게 짜증을 많이 부리다.
내일은 좀 괜찮은 내가 되어보도록 해
넷플렉스1위 《더 글로리》 드라마를 보다. 학폭을 당한 여자가 어른이 되어 복수하는 이야기. 처음엔 학폭의 장면들이 거북해서 그의 집에서는 보다 텔레비전을 껐는데 오늘은 심심해서 보다 보니 어떻게 복수를 하게 될 지 전개가 궁금해져서 8화까지 정주행을 했다.
복수는 쉽지 않아. 나를 깨부수는 일이 얼마나 힘든건데 그걸 해내고 복수를 한다면 그것은 정말 독한 일이지. 나는 어떤 상처들에도 모두를 용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시간을 통해 덮고 지나갈 뿐이지. 그리고 내가 아니라도 세상은 분명하게 《작용 반작용》 법칙처럼 순리대로 받게 되어있다고 생각해. 누군가를 향해 부수려는 마음 보다는 스스로를 향해 나아가는 선택을 하자.
ㅡ
1.8
집 화단의 장미와 이름 모를 꽃나무들 전지를 하다. 그리고 진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대도 정리했다. 오늘은 가족들 모두 총출동하여 밭마다 비료를 뿌리고 오후에는 포도밭에 집게를 정돈했다.
오전부터 봄햇볕처럼 따스했다. 화단을 정리하다 묵언수행처럼 나무가지들을 모아 태우는 곳에 버리는데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다》 주인공처럼 그녀가 인도의 수도원에서 수양하듯 나 또한 지금 여기서 비슷한 모습이 아닌지. 맞지, 이 시간도 지나고 보면 좋았고 아쉬울 것이다.
밀리의 서재에서 《불편한 편의점2》를 읽기 시작하다.
1.9
오늘은 미세먼지가 있어 하루종일 날이 흐리고 뿌옇다. 그리고 바람이 차게 불었어. 12월에 3번이나 내린 눈들이 그래도 많이 녹아서 밭에 다녀오니 신발에 진흙이 많이 붙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큰아버지가 해 준 이야기. 인생에서는 자신감이 중요해. 뭐든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다.
1.10
오늘은 집안일을 청소했다. 오후에는 산책을 했고, 가족들과 석화구이를 먹었다. 저녁에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3시간 30분 공부하다. 이번주에 가능하다면 동영상 강의는 끝내야지.
1.11
쉰지 두달이 지나니 할 일도 없고, 고향집에서 구정까지 지내라는
가족들의 말에 한가로운 시간을 나태하게 보낸다. 가족들이 일하는 동안 배추전을 만들고, 간식으로 계란토스트도 만들어주다.
지나가면 아쉬울 시간을 알차게 써보자. 무엇을 하든!
1.13
비가 굵게 주룩주룩 내린다. 오늘과 내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했다. 시골에서는 비가 내리면 쉬는 날이다.
아침의 비가 내 아침을 깨우다.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어 먹을 예정이다. 떡볶이를 먹고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보다 낮잠을 잤다. 알 수 없는 개꿈들을 꾸다. 엄마가 고구마 튀김을 해줘서 맛있게 먹고 같이 산책을 했다. 주말에는 그의 집으로 가져 갈 짐 정리를 마지막으로 좀 해야겠다.
ㅡ
1.19
밀리의 서재에서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을 했더니》를 읽기 시작하다. 오빠의 치과를 같이 다녀 온 후 엄마와 산책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하루 30분이라도, 저녁을 소식한 이후로 1kg이 빠지고 계속 유지중.
아빠가 방앗간에 맡긴 떡을 찾아오셨다. 떡과 같이 맡긴 스테인 대야를 가지고 오지 못해서 엄마가 실망할 것 같다고 그랬는데
진짜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는 화를 내셨다.
그 대야는 면민 체육대회를 했을때 씨름에 나가 이겨서 동네에 모두 나눠 받은 상이라고 했다. 자신의 30대의 기록같은 것을 잃어버려서 기분이 나빠 하셨다.
함께 해 온 물건에는 생각지도 못한 추억이 있었구나.
누구의 물건이든 소중히 해야한단 생각이 들었다.
1.20
첫 차를 구매하였다. 아빠가 아는 지인을 통해 3년밖에 안된 중고차를 샀다. 내가 차를 사다니 아직 믿기지는 않는다. 다음 주에 집으로 배송받고 나면 실감이 날까?
내 차의 이름을 고민해 봐야지. 나의 말이 되어줘.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줘. 잘 부탁해
1.21
명절 음식 준비를 하다. 동태전과 동그랑땡, 꼬지전을 부치고 이번해에 새롭게 녹두전까지. 녹두전을 부치다 화상 입을 뻔. 옆에서 콩이는 분주하다. 우리가 부치고 남은 재료들을 주숴 먹기 바쁘다.
오후에는 손님이 잠시 오셨다. 올 가을에 결혼 계획을 말씀드렸다. 아직 준비된 게 없어서 민망하기도 하고, 서로의 근황을 말하니 이렇게 모두가 훌쩍 자라난 게 느껴지기도 했다.
앞으로도 다들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걱정은 넣어두세요!
1.22
설날. 이모와 아빠가 세뱃돈을 주셨다. 이번에는 용돈을 드리지 못했는데 마음이 조금 시리다. 추석에는 꼭 용돈을 드려야지.
1.23
오늘은 오전부터 분주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밭에 다녀오다.
땀이 나도록 일하고 오후 3시에 집으로 돌아와서 운동을 갔다왔다. 설 연휴 내내 맛난 음식을 먹었더니 운동으로 몸을 풀어줘야지. 내일은 다시 김천으로 갈 예정.
저녁에는 바람이 엄청 분다. 한국사를 공부하고 기출 문제 풀고 일찍이 잠에 들어야겠다.
오늘 낮에 일하면서 문득 드는 생각. 나는 지금 수양중일까 수행중일까. 사전에 찾아보니 수양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정신 수양중이다.
ㅡ
1.27
엄마의 57살 생일. 외식하러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고향 집으로 오다. 오후에 내 차가 왔다. 하얀 아반떼 곁에서 오빠, 엄마와 함께 소주를 붓고 기도를 하다.
내 이십대의 노력으로 첫 차를 산 게 이제야 실감이 난다.
1.28
감기에 걸려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1.29
약을 먹고 나니 열은 떨어졌다. 그래도 몸을 일으켜서 밥은 먹지만 겨우내였다. 세상만사 힘들어서 다리도 아프다고 엄마와 아빠에게 투덜거리다. 아주 오랜만의 감기 몸살이다.
초보 운전 자석이 와서 유니콘에 붙여주다.
아픈데도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을 했더니》 마저 읽었다. 오늘부터는 이병률 작가의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를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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