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누기/일기

작은 집에서 산다.

by dreamgirl 2022. 4. 24.
728x90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원룸에서 살아왔다.
아주 오래된, 20년 정도쯤 세월이 지난 상가의 건물에 딸린 방 한 칸과 5층은 올라가야 하는 고시촌의 옥탑방.
그리고 다세대 빌라들이 가득한 동네의 집. 이렇게 집을 옮겨 다니기까지 이직도 함께 했고 집 보증금을 올리면서 오래되지 않는 신축급으로 집을 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의 평수는 5~7평이었다. 작은 집에서 산다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서럽기도 하였다.
지방에서 올라와 면접을 보러 다닐 때는 서울에 온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했고
직장을 구하고 퇴근하고 돌아와서는 서울에서 내가 누울 자리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사는 시간이 오래 흘러가면서 늘어나는 짐들에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전세 계약이 만료되어 갈 때쯤 항상 직방, 다방, 네이버 부동산에서 더 나은 집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사를 하려고 마음먹을 때마다 엄청난 집 값에 포기하는 마음도 생겨났다.
'내 집도 아닌데 굳이 보증금 올려가며 이사를 가야 해? 이사 비용은 또 어떻고~'
'혼자 사는데 그냥 원룸에서 살자.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그때 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가자.'
'공간이 부족하면 불필요한 것을 비워보기로 하자.'
결국은 다시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친구들이 내가 사는 작은 집으로 놀러 와 '너는 참 옷이 적다. 짐이 적다.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다.'는 말을 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혼자 사는 공간을 가져 본 게 처음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만 사서 구비된 상태였다.
그래도 없는 게 더 많았다. 살면서 가까운 마트와 다이소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서 채워놓기 바빴고 나중에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기면서 '오늘의 집'이나 '이케아'에서 예쁜 디자인을 따져 물건을 사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비워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물건들에는 정말 필요한 지에 대한 고민, 나에게 잘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오래 깃들어 있지 않았다.
이사가 가고 싶은 날에는 매트리스와 책상과 같은 큰 가구 배치를 옮겨 보기도 하고 오래 사용감이 없어지는 물건들을 당근 마켓으로 비워내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작은집에 적응하며 새로움을 찾기도 한다.

작은 집에 살지만 내게는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혼자 오로지 쉴 수 있는 공간이며
내 소중한 물건들이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다. 현재의 나를 있을 수 있게 하는 집
그리고 가끔씩 지인들이 찾아와 맛있는 음식을 나누면서 근황과 고민을 공유하는 집
가족에게 일이 있을 때 머물다 갈 수 있는 집이 되었다.
내가 집에 대해 서러웠던 마음도 어쩌면 나에게 맞지 않는 눈높이로 타인을 부러워했던 마음이 아녔을까
항상 그 눈높이를 자신에게 맞추기가 어렵지만 자기 자신을 알고 가꿀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728x90

'나누기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어리의 재탄생  (0) 2022.05.04
코로나 시국에 알게 된 것들  (0) 2022.04.28
그와 나  (0) 2022.04.20
My Little Forest  (0) 2022.04.16
에너지를 아끼는 요즘  (0) 2022.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