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7
지난달 퇴근하는 길에 어느 상사가 부하 직원의 임신 소식을 들으며 기특하다는 듯 축하해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모습이 좋게 보였는지 나는 그에게 전화해서 "오빠에게도 저런 형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말한 적 있다.
먼저 앞 길을 걸어가 본 선배라서 후배의 힘들지도 모를 마음들을 헤아리고 응원해주는 인생 선배.
당신에게 그런 존재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내가 당신보다 그런 존재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내게도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먼저 기대지 못하는 편이다. 나의 고민을 털어놓기보다 오래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편에 가깝다.
누구보다 내 힘든 순간들을 지켜봐 주는 당신에게 나는 그런 사람이었을까? 엄마도 내게 왜 그대냐고 물어본 적 있다. 그런 질문에 마땅히 답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둘러대는 말로 대답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십 대는 나와 닮은 그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즐거웠다. 몇몇 고비들을 보내며 싸우고 헤어지고 화해하고를 반복해 우리는 다시 만났다. 삼십 대가 되어 현실은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비교하며 살고 있다.
여전히 인생은 흘러가고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오고 간다. 앞으로도 더 많은 관계를 가지고 삶의 깊이가 넓어지는 만큼 괴롭기도 하겠지.
나의 일상의 고민들을 들으며 그는 내게 '일'에서 벗어나라는 말을 예를 들며 얘기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 봐."
"오빠가 그 얘기를 하니까 코끼리의 코-부터 생각나."
당신의 그런 표현들이 나를 웃음 짓게 하고 또 하루를 버티게 한다.
우리가 떨어져 있었던 만큼 보지 못한 이야기와 시간들이 얼마나 많을까.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상의 이야기에서도
내가 가야 할 길이 그대 옆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닫게 되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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